top of page

 “마실 - 아버지를 기억하며” 

내 마실은 강북이다. 시장통에서 산다. 태는 경북 청송,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묻고,

5살 때 부산으로 가서 아버지를 따라 신나게 유람을 다녔다.

10살 때 아버지 어깨에 축 늘어진 이불 보따리 끝을 움켜잡고, 아이디알 미싱이

빙글빙글 돌아가는 서울역에 내린 후부터는 아버지와 함께 한 기억은 별로 없다.

24시간 바쁘셨던 아버지의 뒷모습만 기억이 난다.

그래서 그런지 서울은 언제나 타향이었다.

늘 혼자 골목을 쏘다니며 상상 속 마술나라에서 살았다.

30살이 되어 아버지처럼 살아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일 때까지 마술나라의 주인공이었다.

사진에 대한 갈망은 언제나 아버지와의 추억과 함께 한다.

7살 때 부산에서 아버지 손에 이끌려 난생 처음 활동사진을 보았을 때의 신기함이

내 삶을 지배했다. 그 기억이 50살 중반이 된 나를 불현듯 프랑스 파리로 데리고 가서,

내 안에 갇혀 있던 요정들을 모두 깨어나게 했다.

그 요정들과 함께 10여년 집시처럼 떠돌다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, 

어릴 때 쏘다녔던 그 골목, 길바닥에 떨어져 반짝이는 깨진 유리조각을

공주님이 잃어버린 보석이라고 상상했던 그곳을 돌아다녔다.

寫眞 童畵 “마실”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

어린 시절에 홀로 다녔던 곳을 다시 찾아간 흔적이다.

그 당시와는 많이 변했지만 내 안 요정들이 놀기는 아직도 좋은 곳이다.

어린 시절엔 악당을 찾아 쳐부수기 위해 나무 막대기가 내 손에 들려있었지만

지금은 사진기가 들려있다.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***

“마실” 사진 속에는 과거, 현재, 미래의 시공간이 뒤엉켜있다.

사진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마법의 힘을 가지고 있다.

2016년 12월 햇살 포근한 날 아침. 이 치환

bottom of page